• 北에서 가장 잘 살지만 문제도 많은 ‘평양’의 두 얼굴

    北에서 가장 잘 살지만 문제도 많은 ‘평양’의 두 얼굴


    연합뉴스
    구글의 계정삭제에도 최근 다시 활동을 재개한 평양 유튜버 ‘유미’, 평양 거주 특권층의 삶을 대외에 선전하는 내용의 영상이 과거와 별 차이가 없었다.
     


    새해를 앞두고 킹크랩 등 풍성한 식탁을 준비하는가 하면, 명품으로 보이는 가방을 들고 외출을 하고 평소 발레와 승마를 배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런 영상은 북한 당국의 대외 선전 의도를 반영해 수도 평양이 북한에서 가장 잘 사는 특권층의 도시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으나, 그런 과정에서 북한 일반 주민들의 삶과 인식을 은폐하는 것도 사실이다.
     
    통일부가 최근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실태인식보고서’를 살펴보면 평양은 두 얼굴의 도시이다. 북한의 다른 지역에 비해 잘 살지만 여러 가지 도시 문제도 확인된다.
     
    통일부의 보고서는 모두 45개 주제의 지표에서 평양과 접경지역(함북 평북 양강도 자강도), 비접경지역(평남, 강원도, 황해도, 함남)을 비교했다. 면접조사를 한 탈북민 6358명 중 평양출신이 겨우 169명, 2.7%에 불과하고 일부 문항의 경우 답변이 20여 명에 그치는 등 통계적으로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으나, 일정한 경향성은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식주와 각종 복지지표에서 혜택 받는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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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의식주와 각종 복지측면에서 평양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혜택을 받았다.
     
    1년간 받은 쌀 배급량의 경우 평양지역이 127.8kg으로 접경지역 61.6kg, 비접경 지역 64.2kg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식량 배급량 중 쌀과 잡곡의 비중도 평양이 54%대 47%의 비율로 24%대 76%의 접경지역보다 좋았다. 1일 3회 식사는 평양은 87%, 접경 74%, 비접경 66%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은 평양의 경우 아파트가 58%인 데 반해 접경지역은 15.5%, 비접경지역은 24.1%에 그쳤다. 가정용 전력시간은 평양이 하루 6.4시간 공급받았으나 접경은 4시간, 비접경은 4.4시간 공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의 난방연료는 평양의 경우 석탄과 전기, 석유, 가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무는 12.4%에 그쳤으나 접경은 나무가 72.7%, 비접경은 39%를 차지했다.
     
    식수공급의 경우 평양은 ‘가정 내에 설치된 수도를 통해서’가 65.7%를 차지했으나, 접경지역은 40.8%, 비접경지역은 40.6%에 머물렀다. 거주주택의 화장실 유형은 개인화장실이 평양 83.4%, 접경 62.3%, 비접경 63.6%의 순서였으나, 주택 밖 공동화장실 사용은 평양 16%, 접경 36%, 비접경 35%로 반대로 나타났다.
     
    병원치료 경험은 평양이 76.9%나 됐지만 접경 60.6%, 비접경은 63.6%로 적게 나타났다. 이용한 병원의 유형도 진료수준이 높은 종합병원의 경우 평양이 12.3%인 반면 접경과 비접경은 각각 3.8%와 4.2%로 조사됐다. 북한 보건의료체제를 대표하는 제도인 ‘의사담당구역제’에 대한 인지 여부와 ‘의사담당구역’의 이용여부도 평양이 가장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고, 약국 이용도 평양은 14.7%인데 반해 접경과 비접경은 각각 12.8%와 6.3%에 그쳤다.
     
    사교육에서 개인지도를 받은 경험은 평양이 20.1%로 가장 많았고 접경 9.7%, 비접경 10.6%로 나타났다. 사교육 담당 교사도 교육 수준이 제일 높다고 할 수 있는 대학교원의 경우 평양이 21.8%였으나 접경지역 7.5%, 비접경 5.1%로 나타났다.
     
    TV, 휴대전화, 일반전화, 컴퓨터, CDDVD, MP3, 라디오 등 가정 내 정보기기의 지역별 보유 현황도 평양이 집경 및 비접경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주민들의 소득과 생활수준이 이처럼 상대적으로 높지만 북한의 특수 상황을 반영한 여러 가지 문제도 확인된다.
     

    달러유통에 뇌물성행, 결혼기피, 일부 체제불만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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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평양은 북한에서 뇌물이 가장 많이 오고 가는 곳이다. 뇌물공여 경험의 경우 평양이 52.7%로 접경 지역 36.3%, 비접경 지역 33.8%를 크게 앞질렀다. 뇌물을 주는 이유로는 평양의 경우 직장 배치와 승진이 40.5%로 가장 많았고 접경과 비접경은 장사 허가가 각각 26.7%와 27.3%로 1위를 차지했다.
     
    시장거래 화폐도 평양은 북한 원화 55.4%, 미국 달러화 32.7%, 위안화 7.1%의 비중을 보여, 달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접경 및 비접경 지역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외국 공관원들이나 기관원들이 평양에 많이 들어와 있는데다 당 간부들이 기본적으로 뇌물 등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양에서의 달러 유통이 확산되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은 모든 주민에게 공정하게 집행 된다’와 ‘인민보안원이나 보위부원 등은 법과 절차에 따라 행동 한다’는 문항에 대해 ‘아니’라는 부정적인 응답도 평양이 56.7%와 60.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으로 여성 경제활동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여성들의 결혼연령이 높아지는 것도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됐다. 여성 결혼연령의 경우 평양이 28.1세로 접경과 비접경지역의 25.1세와 25.6세에 비해 세 살가량 늦었다. 30세를 넘어 결혼했다는 응답이 평양은 34%나 됐으나 접경과 비접경 지역은 8.5%와 8.4%에 그쳤다.
     
    통일부 당국자는 “사경제의 발달로 전업주부들이 밖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일과 보육의 양립에 대한 어려움이 생기고 이런 고충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도 평양 출신이 가장 컸다. 정치지도자로서의 김정은에 대한 평가, 김정은 권력승계에 대한 평가, 백두혈통 세습에 대한 평가에서 부정적인 응답이 평양은 각각 59.2%, 54.7%, 55.9%로 접경 및 비접경 지역의 부정적 평가를 앞섰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접경지역에서 탈북한 분들은 경제적 이유가 탈북결정에 크게 작용했으나, 평양에서 나온 분들은 정치적이고 체제적인 요인들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비판의 강도가 더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적이지만 외국에 대한 관심도 가장 높은 평양


    국가의 혜택이 일정하게 보장되는 곳인 만큼 계획경제와 배급제에 대한 선호도 평가에서 평양의 긍정적인 답변이 46.7%와 52.7%로 타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보수적인 면모도 보였으나, 정보기기와 외부정보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곳도 평양으로 나타났다.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의 경우 평양이 75.1%와 75.7%로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외국음악에 대한 관심과 외국에 대한 관심, 외국 영상물에 대한 관심도 평양이 각각 64.%와 69.3%, 67.9%로 다른 지역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평양의 거주인구는 325만여 명으로 북한 전체인구 2천 4백만여 명의 13.5%를 차지한다. 국가에서 각종 혜택을 보장하는 체제의 핵심계층인 만큼 거주여부도 북한 당국이 법 규정에 따라 주민들의 성분 등을 토대로 엄격히 심사한다.
     
    북한 노동당 입당의 경우 이제 주민들의 성분을 따지기 보다는 “돈을 얼마 지원하면” 가능하지만, 돈으로도 “평양 이사는 힘들다”는 게 탈북민의 증언일 정도로 거주 요건이 까다롭다. 북한의 핵심 지지계층이 사는 곳인 만큼 국가가 어려움 속에서도 일정한 혜택을 보장하고 충성을 요구하는 셈이다.
     
    북한 체제를 열성적으로 지지하지만 외국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고 일부 불평불만도 제기하는 평양의 두 얼굴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