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野 "철도 지하화"…넘을 산 많은데 실효성은 있나

    與野 "철도 지하화"…넘을 산 많은데 실효성은 있나



    4·10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여야간 공약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여당에 이어 야당도 ‘철도 지하화’를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국회 문턱 넘은 철도 지하화 관련 특별법·법률개정안…민자개발에 속도감 기대
    여야는 ‘철도 지하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달 9일 국회에서 처리했다.
     
    특별법에는 철도를 지하화함으로써 확보하게 되는 지상의 철도 부지와 주변지역 개발에 속도를 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국유재산 출자, 부지 담보 채권 발행 등이 담겼다.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와 주변부 토지 수용, 막대한 사업비용 등 철도 지하화에 걸림돌이 돼왔던 상황을 빠르게 타개하기 위해서는 예산투입을 최소화하고 속도감 있는 민자개발 추진이 필수적인데, 이를 해소할 방안을 특별법으로 처리한 것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도시계획을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입체복합구역 등 용도지역제에 유연성을 부여하도록 했다.
     
    정부·여당, 야당 일제히 경쟁 나선 철도지하화 공약…정부 정책 움직임 빨라지자 야당은 80조 투입 선언
    국회가 물꼬를 트자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철도 지하화를 선언하며 정책 경쟁에 나섰다.
     
    우선 정부는 지난달 25일 교통분야 민생토론회를 통해 총 65조 2천억원을 투입해 철도와 도로를 지하화하겠다고 밝혔다.
     
    일주일 후인 지난달 31일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의 험지로 분류되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지상 철도구간을 직접 찾아 총선 4호 공약으로 철도 지하화를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지상 철도로 인해 발생한) 격차 해소를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선물로 준비하고 있다”며 “철도를 지하화하는 것이 수원의 동서 간의 격차, 의도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고착화된 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 일주일 후인 지난 5일에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철도지하화통합개발 종합계획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고, 오는 6월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지하화 노선을 제안하는데 참고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일 서울의 대표적 지하철 환승역인 신도림역을 찾아 철도 지하화 공약을 직접 발표했다.
     
    이 대표는 “체계적으로 경비 문제도 해결이 되고 정책적으로도 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철도 지하화 역사 지하화를 추진할 때가 됐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의 ‘철도 도심구간 지하화 4개 약속·4대 실천’ 공약자료집에 의하면, 지자체가 제안한 기획안을 검토해 사업을 선별하겠다는 정부와 달리 민주당은 기존의 철도, GTX, 도시철도까지 모두 지하화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대상 노선은 수도권은 물론 부산, 대전, 대구, 호남의 철도와 도시철도 2·3·4·7·8호선으로, 사실상 지역 구분 없이 도심을 지나는 지상철도를 모두 지하화하겠다는 것이다.
     
    투입 예산 규모도 철도 지하화에만 80조원으로, 정부안보다 크게 높다.
     
    부진했던 지하화에 속도 내는 것은 좋은데…리스크 더 큰 사업의 수익으로 지하화 가능할지 우려
    정부·여당과 야당이 일제히 철도 지하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당 900억원에서 15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사비용으로 인해 비용대비편익(B/C)값이 낮을 수밖에 없어 예산 투입이 쉽지 않은 점, 구도심 지역의 경우 역사 인근 개발 시 복잡하게 얽힌 소유권 구조 등 걸림돌을 걷어내고 어떻게든 첫발을 내디디겠다는 적극적인 행보라는 것이다.
     
    김동선 대진대 도시부동산공학과 교수는 “철도 지하화는 각 지자체들로부터 의견을 받아보는 것이 좋은데, 이번 정책으로 인해 다양한 계획안이 제출될 것이고 이 중 2개 정도 사업은 선도사업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지역의 어떤 사업이 선정될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이제는 뭔가 좀 진행이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 여부다.
     
    특별법이 제정된 만큼, 여야 모두 국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자 유치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도권 일부 노선을 제외하면 철도 이용객 규모를 고려했을 때 사업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여 년 동안 도심 철도 지하화 사업의 발목을 가장 크게 잡았던 것이 사업비 조달의 어려움이었는데,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경기가 좋지 않고,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사업비 인상 요인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뜻 손을 내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철도 지하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편익이 현행 유지 때보다 더 높다는 판단이 내려져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지하화 이후 지상부 개발을 통한 이익으로 지하화 사업비용을 충분히 감당한 후 추가 이윤까지 추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 안정성을 위해 대체적으로 위험부담이 낮은 사업을 우선 진행한 후 그 사업의 수익을 활용해 위험부담이 높은 사업을 추후에 추진하기 마련이다.
     
    반면 이번에 여야가 모두 추진하겠다는 방식은 철도 지하화 사업과 지상부 개발 사업 중 리스크가 더 큰 지상부 개발 사업을 기반으로 사업비를 마련해 지하화에 나서는 것으로 순서가 뒤바뀌었다.
     
    손기민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인구 밀도가 높고 철도 이용자가 많고 철도 부지가 면으로 꽤 넓고 이런 데는 당연히 사업이 되겠지만, 그런 곳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리스크가 큰 사업에서 남는 돈을 가지고 리스크가 작은 사업을 투자하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으로, 상식과도 반대된다”고 말했다.
     
    세부계획·복잡노선 지하화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사업성 때문에 가속화 될 ‘수도권 쏠림’ 해결도 여전한 숙제
    정부·여당안의 경우 특별법에서 다루지 못한 국토부의 현물 출자 이후의 개발기업과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금융기법을 종합계획 안에 꼼꼼하게 설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 공약의 경우 유동성이나 물류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서울역이나 용산역과 같이 선로가 복잡하고 다양하게 구성된 역과 단일노선이 지나는 역의 지하화를 한꺼번에 추진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넘어서서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사업성과 완성도 등을 고려할 때 수도권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구밀도가 높아 개발 후 어느 정도 수익이 예상되는 곳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다수 분포돼 있어 상대적으로 수도권 지역의 사업 속도가 빠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도권 주민들의 편의성은 더 빠르게 개선되는 반면, 타지역의 경우에는 자칫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만 장기화될 수도 있다.
     
    지방의 경우 전철을 비롯해 어떠한 철도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은 지역도 있기 때문에 철도 지하화가 오히려 위화감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업성이 높은 지역에서 발생한 개발 수익을 그렇지 않은 지역의 지하화를 비롯한 철도사업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지자체 간의 이익 배분이어서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자에 맡겨두게 되면 수익성이 높은 수도권은 개발되기가 쉬운 반면, 수익성이 부족한 지역은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같은 광역권 내에서라도 개발이익을 나눌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보니 사업이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