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춘·김관진, 유죄 확정 일주일 만에 특별사면

    김기춘·김관진, 유죄 확정 일주일 만에 특별사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당시 특정 문화예술인 등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최근 실형이 확정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특별사면을 받았다.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두 사람 모두 파기환송심 유죄 선고 이후 재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사면을 받았다.


    법무부는 6일 정치인과 공직자, 경제인, 특별배려 수형자 등 980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오는 7일자로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면은 윤석열 정부 들어 네 번째 이뤄진 사면이다. 심우정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민생경제 회복과 국민통합에 중점을 둔 사면이다. 국가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국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면 대상에는 김 전 비서실장과 김 전 안보실장 등 전직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언론인 24명이 포함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 전 실장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김 전 장관은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이용해 댓글 공작을 하는 등 정치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8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장관은 당시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했지만 이달 초 상고를 취하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에 한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김 전 장관의 경우 상고 취하로 형이 확정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사면을 받은 셈이다.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직후 재상고 의사를 밝혔던 김 전 실장도 상고장을 내지 않으면서 지난달 말 형이 확정됐고, 결국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사면 대상자들과 정부가 사면과 관련해 ‘사전 교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관해 법무부 권순정 검찰국장은 “과거에도 형이 확정된 후 단기간에 사면이 이뤄진 전례가 많았다”며 “사전 교감을 하거나 약속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면을 약속받고 재상고나 상고를 포기하는 일은 (일어나기) 상당히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우현·김승희 전 국회의원과 이재홍 전 파주시장, 심기준·박기춘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 7명도 사면·복권됐다.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됐던 김대열·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은 잔형 집행면제와 복권 처분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도 복권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 때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와 관련해서도 사면·복권됐었다.

    김장겸·안광한 전 MBC 사장 등 노동조합 활동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언론인은 형선고실효 및 복권이 이뤄졌다. 법무부는 “국정농단·적폐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지난 정부가 수사 및 재판을 진행한 공직자 다수를 이미 사면했다”며 “성격이 비슷한 점을 고려했고 동종 사범에 대한 사면 전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인 중에선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LIG 회장 등 실형 복역을 마치거나 집행 유예 기간을 넘긴 5명이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법무부는 “기업 활동으로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였다”고 했다. 특별배려 수형자로는 수형 태도가 좋고 재범 위험성이 낮은 76세 고령자가 잔형 집행을 면제받았다. 생활고로 식품이나 의류 등 생필품을 훔치다 덜미를 잡힌 절도사범 등도 함께 석방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