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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152쪽 걸쳐 리스트 제시
檢, 삼바공장 서버 파일 778만개중
12개 폴더만 골라 변호인에 보여줘… 재판부 “영장주의-적법절차 위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 합병 관련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한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들의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판결문 끝에 152쪽을 할애해 ‘위법수집증거 목록’을 적시했다. 또한 압수된 서버와 관련해 검찰이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 “별도의 선별 절차 없이 서버 자체를 압수한 것”이라고 적었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담겨 있었다. 압수수색 절차상 필요한 선별 과정이 없었음을 검찰이 스스로 인지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동아일보가 이날 확인한 이 회장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검찰이 2019년 5월 7일 인천 연수구 소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압수한 메인 및 백업 서버 등에 대해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를 선별 절차 없이 압수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당시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회의실과 1공장 통신실 바닥 밑에 설치된 메인 및 백업 서버, 외장하드 2대, 업무용 PC 26대 등을 압수해 재판 증거로 냈다. 그런데 검찰이 압수물 중 영장 내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들을 변호인 입회 상태에서 추려내는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고 법원은 본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은 18TB(테라바이트)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백업 서버 파일 778만 개를 통째로 압수한 후 이 중 혐의와 관련 있다며 임의로 고른 12개 폴더만을 변호인에게 보여줬다. 당시 폴더 이름은 ‘FT…ms’ ‘FT…fs’ ‘A-pjt’ 등으로, 제목만 봐선 영장 혐의사실과의 관련성을 알 수 없었다. 재판부는 “선별 절차 없이 전자정보를 압수한 후 피압수자 측에 제한적인 열람 기회만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2020년 12월 22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별도의 선별 절차 없이 서버 자체를 압수한 것”이라고 밝힌 것도 검찰이 폴더 12개를 임의로 추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2019년 5월 3일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을 긴급 체포하면서 주거지와 공용창고에서 압수한 네트워크 결합 스토리지(NAS) 서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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