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경영권 승계 불법?…’운명의 날’ 이재용, 오늘 1심 선고

    삼성 경영권 승계 불법?…’운명의 날’ 이재용, 오늘 1심 선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조직적 부정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5일 나온다. 2020년 9월 1일 당시 부회장 신분이던 이 회장과 그룹 및 계열사 임원 등 11명이 재판에 넘겨진 지 1252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 등의 선고 공판을 연다. 이에 관여한 삼정회계법인 대표와 임원 3명의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선고도 함께 이뤄진다. 법원은 애초 지난달 26일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연기했다.

    의혹의 중심은 2015년 이뤄진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의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조직적인 부정거래행위와 시세조종 등 위법이 있었는지 여부다. 위법 행위가 결국은 총수 일가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획·실행됐는지가 핵심이다.

    당시 삼성물산은 제일모직에 비해 매출액이 5.5배, 영업이익과 총자산이 3배에 이르는 규모였음에도, 주가는 2.6배 낮아 0.35(삼성물산)대 1(제일모직) 비율로 흡수합병됐다.  

    이 합병 전 부회장이던 이 회장은 제일모직의 주식만 23% 보유했을 뿐 삼성물산 주식은 갖고 있지 않았는데, 흡수합병을 통해 제일모직이 삼성물산 주식 전량을 매입하면서 ‘통합삼성물산’ 지분 16.4%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자연히 통합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도 이 회장 차지가 되면서 그룹 지배권을 공고히 하게 됐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검찰은 당초 이 합병 자체가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당시 미래전략실 임원들에 의해 구상됐다고 의심한다. 2014년 5월 부친인 고(故) 이건희 당시 회장 와병 이후, 승계계획에 따라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을 전격(같은 해 12월) 상장하고 주력 계열사인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추진한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과 에버랜드 인근 개발 계획 등 ‘허위 호재’를 공표하고 합병 뒤 취소하는 식으로, 인위적인 주가 부양 시도가 있었다고 봤다.

    삼성물산 주주들에겐 이 같은 합병이 이익이 되기 어려운데, 찬성 의결권 확보를 위해 최대주주 국민연금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승마지원 등 뇌물공여를 한 의혹은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바 있다.

    아울러 계획 실행(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로직스 등 계열사 관련 거짓공시와 시세조종, 분식회계 등이 이뤄졌고, 결과적으론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배임죄도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수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끌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결심 공판에서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삼성은 다시금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의사결정권자이자 실질적 이익이 피고인에게 귀속된 점을 고려해 달라”면서 공소사실의 불법행위가 결국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행됐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사업적 필요에 의한 합병이었지,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최후 변론에서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함께 기소된 임원들에 대해서는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이 회장은 재판이 한창이던 2022년 10월 26일 삼성전자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뇌물공여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는 2021년 1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그해 8월 가석방, 이듬해 사면된 바 있다.

    1심 재판부가 이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 회장이나 삼성 측이 완전히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