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태·이재용 ‘통 무죄’, 책임은 누가지나?[권영철의 Why뉴스]

    양승태·이재용 ‘통 무죄’, 책임은 누가지나?[권영철의 Why뉴스]



    ◇정다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서도 ‘통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앞으로 2심, 3심을 지켜봐야겠지만 검찰의 수사나 기소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비판적인 의견도 나옵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될 걸 예상하셨나요?

    연합뉴스·박종민 기자   
    ◆권영철> 아니요. 삼성사건을 지켜본 법조기자들이 ‘통 무죄’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특수수사를 했던 법조인들에게 물어보니 무죄를 예상했다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출발은 2016년 국정농단 수사였지 않습니까? 박영수 특검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삼성물산 주주들이 반대하자, 삼성물산 지분 11.9%를 가진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가져오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로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회장은 2021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물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광복절 특사에서 복권됐고, 삼성전자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삼성물산 지분 확보가 필수였습니다. 그렇지만, 합병 당시 이 회장은 삼성물산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삼성은 2015년 9월 이재용 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1:0.35 비율로 합병합니다.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3주를 같은 비율로 합병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는 저평가하고 제일모직은 고평가 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기소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외부 작업’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는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당연히 삼성의 ‘내부 작업’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도 유죄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정다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에서 두 회사의 합병을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판단하지 않았나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에서 이재용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두 회사의 합병을 각 회사의 경영상 판단이 아니라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현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의 대상인 직무 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포괄적 권한에 비추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행위 정도면 묵시적 부정 청탁을 인정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습니다.
       
    ◇정다운> 지금 조희대 대법원장이 당시 반대의견을 냈었죠?

     
    ◆권영철> 그렇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까요? 당시 박영수 특검의 불법 승계 관련 기소에 대해 13명의 대법관 중 10명은 불법 승계로 판단했고, 조희대, 안철상, 이동원 3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특검수사에 이어 삼성그룹 불법 승계 의혹 수사를 지휘하거나 이끌었던 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3차장, 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 부장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윤석열 검사장은 검찰총장을 거쳐 대통령이 됐고, 한동훈 3차장은 법무장관에 이어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복현 부장은 금융감독원장으로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는데, 국정농단 특검의 기소에 대해 ‘승계 작업’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로 판단했던 조희대 대법관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항소심 재판에서 1심에서 인정한 포괄적 승계작업에 대한 청탁도 인정하지 않아 제3자 뇌물공여죄 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석방했던 정형식 판사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대법관 3명의 반대의견 중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범죄사실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증거가 없으면 무죄로 판단하여야 한다. 부정한 청탁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는 것입니다.
       
    ◇정다운> 이번 1심 재판부가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인가요?
       
    ◆권영철> 검찰이 항소여부를 곧 결정할 것이고, 2심과 3심을 거쳐야 하니까 결과를 지켜봐야 합니다만, 이번 1심 판결은 김명수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는 걸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합병에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하는 이상, 이 사건 합병에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합병 목적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오히려 공판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증거나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물산의 사업적 목적 또한 합병의 목적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단은 김명수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취지에 맞서는 걸로 보입니다.
       
    ◇정다운> 사실 초반부터 검찰 수사가 굉장히 어렵게 진행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권영철> 그렇습니다. 이른바 ‘삼바 수사’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재용 승계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인데요. 검찰이 적극적으로 인지해서 착수한 수사는 아니었습니다.
       
    참여연대가 2016년 말 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2017년 2월 금융감독원에 특별감리를 신청했구요, 금융감독원이 2018년 5월 삼바가 회계처리를 위반했다고 결론내린 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그해 11월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리고 삼바 및 회계법인 등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검찰은 2018년 12월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하여 삼바 회계부서와 회계법인 압수수색 등을 진행했습니다.
       
    검찰수사에 제동이 걸린 건 2019년 7월입니다. 검찰이 청구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습니다. 영장전담판사는 “주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분식회계 혐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검찰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고발내용을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인데, 법원의 영장기각은 검찰은 물론 증선위 판단도 받아들이지 않은 셈입니다.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이 됐습니다. 2020년 6월인데요. 당시 영장전담판사는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기각 사유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정다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불기소·수사 중단을 권고했죠?
       
    ◆권영철> 그렇습니다. 2020년 6월이죠,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요청으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렸었죠, 이 부회장의 기소 및 수사 계속 여부를 심의했는데,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습니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서 압도적 다수가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걸로 봤던 겁니다.
       
    그렇지만 검찰은 2020년 9월 이 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습니다. 당시는 이른바 ‘추윤 갈등’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던 시기였지만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밀어붙였던 겁니다.
       
    ◇정다운> 이번 무죄 결과를 두고 시민사회 반응은 어떻습니까?
       
    ◆권영철> 시민단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무죄 선고에 대해 “재벌총수 봐주기”라며 법원 판결을 비판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재벌들은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그룹 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긴 판결”이라며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다며, “방대한 증거와 선행 판결을 두고도 무죄를 판단한 법원의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대한민국의 경제사법 정의가 무너졌다”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법원과 검찰은 이재용 회장의 소유지배 확립을 위한 30년 대서사시의 충실한 조연이었던 건 아닌지 참담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재용 무죄 판결은 전형적인 ‘유전무죄’ 판결”이라면서, “사법부가 법적 정의를 중시하고 판결하여 사회적 공의를 실현하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재벌 봐주기, 재벌 편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음을 스스로 고백한 일에 다름 아니다. 법원이 스스로 법치주의의 파산을 선언한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다운> 아직 1심 판결이긴 합니다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통 무죄’, 이재용 삼성 회장도
    ‘통 무죄’가 선고됐는데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겁니까?
       
    ◆권영철> 우리가 재판에서 3심제를 선택하고 있는 이상 1심 재판이 무죄나 유죄를 확정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기소된 혐의가 전부 무죄가 선고되는 건 이례적이어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무죄에 대해서는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강했습니다만, 이재용 회장 무죄에 대해서는 재판부보다는 검찰의 책임이 무겁다는 비판이 조금 더 많은 듯 했습니다.
       
    특수통으로 검찰 고위직을 지낸 중견 법조인은 “당시 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이복현 금감원장은 사과하고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검장 출신의 법조인도 “최소한 수사를 이끌고 기소를 했다가 통으로 무죄가 났으면 사과를 하든지 아니면 법원에서 잘못 판단했다고 비판을 하든지 해야 하는데 제3자적 입장에서 언급하는 건 비겁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5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 중 한 사람으로서 삼성그룹과 이재용 회장이 이걸 계기로, 경영혁신이나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에 족쇄가 있었다면 심기일전할 기회가 되면 좋지 않겠나 싶다”고 말한 걸 두고 한 발언이었습니다.
       
    검사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용 회장을 기소할 당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수사심의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수사팀이 기소를 강행한데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썼다”면서,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3차장 한동훈, 주임부장은 이복현 이었고 기소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주임부장은 이복현이다. 이제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당시 쓴 글을 다시 공유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기소당시 글에서 “만약 이번 사건이 무죄 선고가 된다면 윤 총장을 비롯한 수사팀 전원은 사표를 내고 책임져야 할 것이다. 검찰 수사, 특히 삼성 그룹 수사 같은 대형수사에서 아니면 말고는 없다”면서 , “검찰의 독립성 강화 못지않게 그에 상응한 검찰의 책임을 엄격히 묻지 않으면 안된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도 무리한 수사와 무죄에 대해 칼 같이 책임을 묻지 않았던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정다운> 사실 이번 사건은 앞서 말씀하신대로 검찰이 적극적으로 인지한 사건은 아니잖아요?
       
    ◆권영철> 그렇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고,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받고도 기소를 강행했다면 그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1심 재판부가 잘못 판단했다면 항소심 재판부에서 바로 잡히겠죠, 그렇지만 검찰이 애초에 무리한 기소를 했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미국에서는 이렇게 기소된 혐의 전부 무죄가 선고되면 상소를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생각해봐야 하는 건, 검찰의 권한이 왜 무소불위라고 불릴 정도로 강해졌을까요? 정치권력이 정치권이 키워준 겁니다.
       
    정치권력이 검찰의 칼을 이용해 정적을 제거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지금도 검찰권력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지 않습니까? 특정 정치인을 겨냥해 2년 넘게 수사를 한다면 그걸 견딜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정치권에서는 검찰을 늘 비판하면서 사건이 발생하면 검찰에 고소하거나 고발합니다. 정치권 스스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려하지 않고 검찰과 법원에 맡기는 겁니다.
       
    정권을 잡아서 필요할 때는 이용하고, 이용이 끝나면 토사구팽 하거나 조직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야당이 되면 검찰권 축소하라고 비판하면서, 일이 생기면 다시 검찰에 고소하거나 고발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가정입니다만 만약에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사건을 기소하지 않고 불기소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엄청난 비난과 후폭풍에 시달렸을 겁니다.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단체의 융단폭격을 견딜 수 있었을까요?
       
    그렇다고 검찰의 책임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검찰도 정치권력에 편승해서 조직의 힘을 키우고 개인의 출세를 도모하면서 함께 해 왔지 않습니까? 소신 있는 검사는 한직으로 밀리기 일쑤고 말 잘 듣는 사람들만 중용하는 조직 문화가 여전하지 않습니까? ’00사단’으로 불리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잖습니까?
       
    이재용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은 이제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검찰이 항소할지 여부를 곧 판단할 것이고요. 항소한다면 하는 이유를, 항소를 포기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이유를 설명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