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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 옆 사람의 물잔을 엎지르고 나서 아쉽다거나 미소를 지으면 상대방은 황당한 감정을 느낄 것입니다. 나흘간의 짧은 연휴, 일터를 준비하기 위해 아쉬운 마음으로 귀경길에 오른 분이 많은 날 입니다. 금일 오후 4시~5시 사이 정체가 가장 심할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아쉬웠던 명절만큼 지난주 아쉬운 뉴스들이 많았습니다. 한 주를 사진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
● 100층 수직도시, 78.1cm 투표지
▷2030년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용산정비창에 100층 높이의 국제업무지구가 세워질 계획입니다. 서울시는 공공과 민간을 합쳐 총 51조 원을 투입하고 최대 용적률 1700%를 부여해 수직도시를 세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높이나 길이로 입이 떡 벌어진 뉴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투표용지 입니다. 이번 4.10 총선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은 최대 78.1cm에 이르는 투표용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7일 선관위에 50개 정당 등록, 60개 정당까지 예측. 21대 총선은 35개 정당으로 48.1cm, 20대 총선은 21개 정당으로 33.5cm) 문제는 선관위가 이번 총선을 위해 174억을 들여 제작한 신형 분류기가 용지 길이 46.9cm를 넘으면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당들의 난립에 174억이라는 국민 세금이 날라갈 판 입니다.
▷당들이 많아진 주된 이유는 선거제 때문입니다. 5일 이재명 대표는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위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위성정당 창당 자체가 필요 없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촉구한다”고 비판한 국민의힘도 이미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 창당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도 4년 전처럼 떳다방식 비례정당이 난립하고 의원 꿔주기, 선거뒤 합당 등의 꼼수가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21대 총선 미래한국당 19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열린민주당 3석)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투표용지도 길어 길어서 기가차”
●“아쉽다”는 尹 대통령, “죄송하다”는 손흥민, 져도 웃는 클리스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좀비 경기를 보여줬던 한국 축구는 7일 준결승전에서 FIFA 랭킹 87위 요르단을 만나 유효슈팅을 한 개도 날리고 못하고 0-2 완패를 당했습니다. 수비수의 상습적인 백패스는 전 경기부터 눈에 거슬렸던 부분인데 극적인 역전연승이 계속되며 수비 문제가 묻혀진 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체력이 바닥난 4강에서 터질것이 다시 터졌고 수비 실수로 벌어진 실점에 투지로 버텼던 정신력 마저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그 가운데 클리스만 감독이 있었고 그만 인정안하는 無전술을 외신까지고 지적했습니다.
▷클리스만의 더 큰 문제는 無전술 보다 無정서에 있어 보입니다. 패배 후 현지 중계 방송 카메라에는 요르단 감독과 악수하며 미소를 지으는 클리스만과 고개를 떨구고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손흥민 선수를 대조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자 클리스만은 “상대를 존중하고, 축하하는 것이 당연하다. 관점이 다른 것 같은데..,” 라고 말했고 한국에 와서도 “지금 해야 할 일은 분석” 이라며 별나라 말로 사퇴를 일축했습니다. 반대로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소속팀으로 돌아간 해외파 선수들은 SNS에라도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하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번 대회 우승을 외쳤던 클리스만이 4강에서 지고나서도 뻔뻔하게 웃는 모습에 팬들은 그와함께 어떻게 월드컵을 맞이할 수 있냐며 분노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축구에서 베트남을 정상 반열에 올려놓은 박항서 전 감독이 현지인들에게 사랑 받았던 이유가 생각납니다. 그는 철저히 베트남문화를 존중하며 현지 음식을 같이 즐기고 베트남어를 공부했고 경기 전 국가를 같이 불러주는 정서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의 일화 중 2018 AFC U-23 대회 결승에서 우즈벡에 패한 후 슬퍼하는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했으니 고개 숙이지 마라”고 했던 명언은 훗날 베트남 고교 논술시험의 주제로 인용되기도 했습니다.
▷7일 오후에는 대통령 신년대담이 있었습니다.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수수 논란에 대해 尹 대통령이 공식 입장을 밝힌다는 것을 예고한 대담방송입니다. 그래서 비록 녹화방송이고 비록 오후10시지만 관심도가 높았습니다. 대담에서 尹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고 아쉬운 점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뻔뻔한 태도가 암담하다”고 비판했고 ‘사천’ 논란에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아쉽습니다”라는 5글자로 답을 했습니다.
● 무죄로 끝났는데 또다시 항소 하는 檢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분식회계와 주가 조작을 지시했다는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3명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2020년 9월 검찰은 이들 14명에 대해 총 23개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3년 5개월이 흘러 모두 무죄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당시 이복현 부장검사(현 금융감독원장)가 수사팀을 이끌었고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이었습니다.
▷재계는 이번 판결로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8일 서울중앙지검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선고 후 하루만에 UAE로 출장을 떠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재판이 다시 시작되면 또다시 2주에 한번 중앙지법에 출석해야 할 상황입니다. 반도체 글로벌 전쟁속에서 경영행보 제약이 우려 됩니다.(1심 재판 107회) 법조계에서조차 오기 항소는 안된다는 분위기 입니다.
●의대 정원 늘었으니 진로 바꿔볼까… 고교생-공대생-직장인까지 학원행
▷6일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방안’을 의결했습니다. 현재 고3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내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고 증원 규모를 5년간 유지해 2031∼2035년 의사 1만 명을 추가 배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의사 수도권 쏠림으로 증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입니다. 의사들은 파업을 결의하는 등 명절 후 단체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한 병원 인턴들은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의대생 사이에서는 집단 휴학을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교수들도 단체행동에 동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12일에는 전공의 총회가 열립니다.하지만 정부는 주요 병원에 점검반을 파견하고 “대규모 파업으로 의료에 차질을 빚으면 병원장이 처벌받을 수 있다”며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기대하며 준비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학원가는 온·오프라인 입시설명회를 하루만에 열었고 고고생, 공대생, 직장인까지 학원을 찾고 있습니다. 의대 정원을 1명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한 지자체들의 물밑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2월5일 월요일, 홍콩에서 사기꾼 되버린 메시
● 2월5일 월요일, 사격왕 진종오 국민의힘으로
● 2월6일 화요일, 칠레 산불 사망자 122명
● 2월6일 화요일, 도쿄 폭설
● 2월7일 수요일, 하림 HMM 인수 무산
● 2월7일 수요일, 설 연휴 출국 인파
● 2월8일 목요일, 합창하는 대통령실
● 2월8일 목요일, 법정 구속 면한 조국
● 2월9일 금요일, 설연휴 기간 4대궁, 종묘 등 무료개방
● 2월10일 토요일, 실향민들의 설 차례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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