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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괴물’을 통해 던진 질문에 국내에서만 50만 명 넘는 관객이 고민하고, 각자의 답을 찾아갔다.
‘괴물’은 평소 고레에다 감독이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일본 최고 각본가인 사카모토 유지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드라마 ‘마더’ ‘최고의 이혼’ ‘콰르텟’,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등을 통해 그 능력을 인정받은 사카모토 유지는 ‘괴물’을 통해 ‘누가 괴물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고레에다 감독은 하나씩 세심하게 스크린에 그려냈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카모토 유지와 사카모토 류이치, 배우, 수많은 스태프의 힘이 모여 ‘괴물’을 완성했고,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붙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50만 관객 돌파를 기념해 내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으로부터 ‘괴물’에 관해 알고 싶고, 궁금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국에서도 아동학대, 교권 추락이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를 통해 이에 관한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려 했나?
‘괴물’을 기획한 건 2018년 12월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 포기하고 괴물이라 치부하는 상황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사카모토 유지는 아마도 시대를 먼저 읽고 이 시대 위기의식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미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글을 쓴 게 아니라 시대 상황을 예견해 쓴 게 지금 사회와 맞아떨어졌다는 점에서 그의 글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 LGBTQ(동성애, 양성애 등 다양한 성정체성을 합하여 부르는 말)를 다루기로 결심한 후 두려움이나 망설임은 없었나?
퀴어를 정면으로 그려내야 한다고 생각해 먼저 스태프들이 공부하도록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굉장히 섬세한 연출과 배움이 필요했기에 아이들을 연기시키는 데도 새로운 노력이 필요했다. 평소엔 아이들을 캐스팅한 후 아이들의 개성에 맞춰 시나리오를 고치고, 각 장면에 맞게 대사와 상황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면서 배역과 아이의 개성이 어느 정도 겹치도록 연출했다.
그러나 ‘괴물’은 그러한 작업 방식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시나리오를 읽게 하고, LGBTQ나 성 정체성에 대한 강의를 듣도록 했다. 성교육도 보건교육 전문가를 불러서 신체적 변화에 대해서도 많은 수업을 가졌다. 촬영 현장에도 리허설 단계부터 전문가를 불러서 신체 접촉 등에 있어서 문제가 없도록 진행했다.
작품 안팎으로 아이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방식으로 연출하려 했다. 프로듀서도 그런 점에서 많이 신경 쓰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숙제는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개선할 지점도 있겠지만, 일단 우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했다.
▷ 영화 초반 미나토(쿠로카와 소야)가 지우개를 떨어뜨린 후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가 올 때까지 그 자세 그대로 있다가 엄마가 온 후에야 지우개를 줍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영화에는 몇 가지 전혀 해결되지 않고 남은 묘사가 있다. 슈퍼마켓에서 교장 선생님이 아이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미나토가 지우개를 떨어뜨린 채로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그대로인 장면이 그렇다. 관객이 엄마 사오리의 정서에 똑같이 젖어 들길 바란 의도가 있다고 봤다.
저 교장 선생님은 뭔지 모르겠지만 말도 안 되는 교장일 거 같다고 느끼는 감정을 관객도 느끼게끔 하려는 것이라 생각해 그렇게 연출했다.
지우개를 주우려다 멈추는 장면 역시 미나토를 연기한 쿠로카와 배우에게 평소에도 기본적으로 감정이라는 것은 얼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손끝에도, 발에도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무언가를 의식해서 표현하려 하기보다 몸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 장면에서 미나토는 지우개를 줍고 나서 자기가 쓴 글을 지우는데, 오히려 그 부분에서 감정이 더 많이 표현됐다고 본다. 난 항상 배우에게 감정을 동작으로 치환하라고 이야기했다.
▷ 언젠가 꼭 함께 작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일본 최고 작가 사카모토 유지와 드디어 함께하게 됐다. 줄거리도 읽지 않고 정했다고 들었다.
존경하는 각본가와 작업한 것은 큰 경험으로 남아 있다. 내가 쓴 각본보다 압도적으로 스토리텔링이 뛰어나고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뛰어났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 자체가 힘을 갖고 있고 앞으로 나아가는 걸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 공부가 됐다. 좋은 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음악실 장면에서 사카모토 유지의 능력이 드러났다. 언어가 아닌 본인이 가진 진실한 마음을 악기 소리에 담아서 부는 장면은 시나리오로 읽었을 때도 굉장히 많이 감동받은 장면이다. 나는 절대로 이런 신을 못 쓴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그 장면을 직접 썼더라면 악기를 부는 사람은 미나토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였을 것이다. 미나토와 가장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 교장 선생님과 한 장소에서 악기를 부는 장면과 같은 다이내믹한 내용은 사카모토가 아니면 절대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대단한 장면이다.
▷ 영화 속 괴물을 굳이 꼽는다면 어떤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요리의 아버지나 교장 선생님 같이 인간성을 잃어버린 존재를 괴물 같다고 지칭하는 건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미나토와 요리를 궁지로 몰아가는 사람은 오히려 사오리나 호리 선생님일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일반적인, 혹은 평범한 가족을 이야기하고, ‘남자답게’라는 말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언어가 가지는 동조 압력(어느 특정의 또래 집단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소수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암묵 중에 다수 의견에 맞추는 것을 강제하는 것), 즉 남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그런 게 아이들의 반 안에도 깔려 있다.
반에서 미나토와 요리를 괴롭히는 아이들은 TV에 나오는 탤런트의 독특한 행동을 흉내내며 요리를 놀린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 사회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어른들의 가치관이 아이들에게 스며들었기 때문이지 아이들 자체가 원래부터 나빠서 그런 건 아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하고 일반적인 엄마나 선생님이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을 괴물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걸 많은 관객이 알아차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반화시켜서 죄송하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아마 미나토의 엄마나 호리 선생님의 입장에서 살아갈 수 있다. 즉, 일반적이고 평범한 말을 담고 살아가며 주위에서 괴물 찾기를 하는 사람들, 어쩌면 나도 괴물일지 모른다는 걸 깨닫고 느끼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 영화는 미나토와 요리가 뛰어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엔딩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무엇이었나?
엔딩을 찍을 때 두 아역 배우에게 일단 기뻐하라고 했다. 소리를 질러도 되고 뛰어올라도 되니 ‘우린 우리로서 괜찮다’는 사실을 스스로 축복하라고 이야기했다.
원래는 두 아이가 뛰어가다 이쪽(관객과 정면으로 응시하는 방향)을 돌아보는 장면을 촬영했다. 그렇게 끝내려고 했는데, 찍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 장면에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가 들어간다. 그 곡을 입혔을 때 두 아이가 그대로 뛰어가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그렇게 둘을 축복하는 느낌을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고쳤다.
‘아쿠아’는 류이치 선생님이 딸이 태어났을 때 축복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고 들었다. 생명을 축복하는 곡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도 축복하는 마음을 그려내려고 했다.
▷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앞으로도 만들고 싶은 영화가 정말로 많다. 내가 언제까지 현역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이제는 남아 있는 시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다는 못 만들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본뿐 아니라 일본 밖에서 만들고 싶은 몇 개의 기획도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기획도 갖고 있다.
가능하면 그런 것들을 이른 시일 내에 실현하고 싶다. 아직은 다음 작품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다. ‘괴물’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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